세계관
1920년대 경성, 반은 타의적으로 외세의 문물이 들어오던 시기.
거리는 한복과, 일본식 복식과, 양복이 어지러이 섞여 있으니 가히 요지경이라 할 만하다.
경성역 주변에 가면 기차들이 시끄러운 경적 소리를 내며 드나들고, 사람들은 몹시 붐비고, 때를 기다리면 정오 사이렌이 울리니ㅡ
오호라, 그 모습이 마치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가면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떠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서서 나는 또 문득 생각하여 보았다.
이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그때 나의 눈앞에는 아내의 잔상이ㅡ벼락처럼 떨어졌다.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고 있었느니라.
다만 정말 그럴까?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였던 것이다.
나나 아내나 스스로의 걸음에 우아한 로직(logic)을 붙일 필요는 없었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걸음을 걸으면 되는 것이 절름발이의 숙명이거늘,
그러나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못내 그것만이 질문이었다.
저 멀리 우뚝 선 건물이 보이니, 그것이 신을 모방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었다는 탑 같아서ㅡ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춰 저 건물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과 감정이 검열된 페이지가 딕셔너리(Dictionary) 넘어가듯 번뜩였다.
날개가 되어 줄 이 어디 없나.
절름거려도 좋으니, 다만 나를 높은 곳에서 밀어
잠깐이나마 비행을 즐기게 해 줄 자원이란 없나.
나는 문득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