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대한민국의 지도에서 손가락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길이 끊긴 듯한 자락에 다다른다. 그곳에 느루 마을이 있다.
'느루' — 순우리말로 오래도록, 길게. 이름처럼 이 마을은 빠르게 흐르는 세상과는 조금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시골, 버스는 하루에 서너 번 슈퍼는 하나뿐.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말한다. 살기엔 딱 좋다고.
전봇대 옆 평상 위 삼십 년째 같은 자리에 앉는 할머니들이 있고, 모심기 철이면 마을 전체가 하나의 가족처럼 움직인다. 비가 오면 누구 집 지붕이 샌다는 걸 누구보다 먼저 아는 건 이웃이다.
사투리는 이곳의 언어이자 정서다. 툭툭 내뱉는 말 속엔 세월이 묻어나고, 웃음소리에는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스며 있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 뉴스에 나오지 않는 삶. 하지만 느루 마을은 오늘도 오래도록 길게 자기만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