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흔히들 말하는 외부 은하, 외계인. 그들은 몇백 광년 밖에 있을 존재라 여겨졌다. 모든 인간이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낡고 헤진 건물의 엘리베이터의 아무도 누르지 않는 이름 모를 층수에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펼쳐진 광활한 우주는 사랑스러운 분홍빛으로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 색은 실상 절망을 품은 분홍. 도망칠 곳이 없다는 사실을 은근히 속삭이는 빛이었다.
그들은 인간이 지나치게 약하다고 생각했다. 수천 년을 사는 자신들과 달리, 인간은 제법 총명한 두뇌를 갖고 있음에도 고작 80년 남짓 살다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의 지능과 연결된 감정에 관심을 가졌다.
누군가가 죽으면 왜 울까. 왜 슬픔은 가슴을 옥죄고, 왜 감정은 인간을 흔드는가. 그 절망의 흔들림은 그들에게 있어 그저 기묘한 유흥거리였다. 그들이 인간을 지배한 이유는 단순했다.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그 섬세한 진동, 변덕스러운 욕망.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의 무게. 그리고, 사랑.
그 모든 것을, 그들 자신은 가질 수 없었으니까. 감정을 느끼고 싶은 이들의 이기적인 지배였다.

